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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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방정식 달라졌다…스타트업 전성시대엔 프로젝트별 고용이 대세
`실리콘밸리 인사전문가` 벤 카스노카 인터뷰
우수인재 유연하게 뽑아 회사는 혁신동력 얻고
직원은 스스로 창업하듯 역량 개발·독립기회 가져
실리콘밸리서 관심 커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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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가족이 아닌 스포츠팀처럼 운영돼야 합니다. 한번 고용관계가 맺어지면 평생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전술ㆍ포지션에 필요한 최고의 선수들을 갈아끼우는 식으로 노사관계가 바뀌어갈 것입니다." 26세 나이에 벌써 15년째 실리콘밸리 생활을 경험하는 벤 카스노카 와사비벤처스 자문위원이 말하는 미래의 고용 형태다. 그는 "대기업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축구팀처럼 전력 보강에 필요한 선수와 2~4년 동안 계약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카스노카 자문위원 이름은 아직 대부분 한국인에게는 생소하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경력관리, 인재육성 분야에서 알아주는 인물이다.
그가 유명세를 탄 결정적인 계기는 2012년 펴낸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The Startup of You)`라는 책이다.
인맥관리ㆍ이력관리 등의 서비스를 통해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성장한 링크트인의 리드 호프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펴냈다. 그의 나이 24세 때 일이다. 잭 도시 트위터 공동 창업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실리콘밸리 대표 인사들이 "세상을 바꾸고 성공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20대에 이처럼 경력관리 등에서 인정받게 된 것은 남보다 빠른 출발과 적극적인 네트워킹 덕분이다. 카스노카 자문위원은 12세 때인 2000년 연방ㆍ지방정부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콤케이트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회사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그는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CEO 같은 사람과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얻은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1999년 창업한 세일즈포스닷컴은 현재 시가총액만 36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이 과정에서 호프먼 링크트인 CEO를 만났고 단 한번의 만남으로 의기투합해 책까지 집필했다. 지금은 호프먼 CEO가 운영하는 와사비벤처스에서 일하고 있다.
카스노카 자문위원은 인터뷰 내내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새로운 고용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1세기 들어 글로벌화와 정보기술(IT) 시대 도래와 함께 과거 평생직장 개념은 구시대 유물로 전락했다. 그는 "이후 등장한 것은 말 그대로 무책임한 고용관계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업무와 상관없이 대규모로 고용했다가 경기가 안 좋으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식의 고용정책을 그는 `무책임한 고용관계`라고 지칭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그가 내세운 것이 `투어오브듀티(tour of duty)`란 고용제도다.
회사와 개인이 2~4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것이라 언뜻 보면 단기 고용계약과 비슷하다. 직원 스스로 스타트업을 운영하듯 많은 결정권을 갖고 일을 하도록 해주는 것으로 기업에서는 `창업가형 직원`을 고용하는 셈이다.
카스노카 자문위원은 "기존 고용계약과 달리 업무를 명확히 해서 개인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성장ㆍ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IT기업 프로젝트 기간에 맞춰 고용기간 역시 2~4년으로 맞췄다"고 덧붙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별로 채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직원들 처지에서는 취직이 됐지만 창업한 것과 같은 신분이 되는 셈이다.
카스노카 자문위원은 "업종 간 장벽이 빠르게 허물어지는 시대에 과거와 같은 경직적 인사제도로는 필요한 인사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인력관리를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는 "당장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나 유용한 제도 같지만 앞으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등이 자원 등에서 우세하지만 혁신이 떨어지는 것은 회사와 직원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서 기업과 직원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직원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더 좋은 위치로 이동하거나 아예 직장을 옮길 수 있다. 또 기업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수혈받으면서 우수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
그는 "평생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생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도 `투어오브듀티`는 긍정적이란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러 업무와 직장을 거치다 보면 광범위한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가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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