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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천재 수츠케버, 오픈AI에서 축출될까 [지식人 지식in]

사내이사 중 유일하게 올트먼에 반기

알파고 개발 참여한 딥러닝 대가
AI위험 강조하는 제프리 힌튼 제자
“AI 위험 조정에 집중할 생각”

오픈AI 수석과학자 직은 일단 유지

기술진보 위험성 알리는 소수 목소리 낼 듯 

Sam Altman, CEO of OpenAI, attends the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CEO Summit in San Francisco, California, U.S.

최근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해고당한 샘 올트먼 창업자. [사진 출처=연합뉴스]  

지난 한 주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였습니다. 올트먼은 17일(현지시간) 열린 이사회에서 전격 해임됐다가 5일 만인 21일 다시 CEO로 복귀했습니다. 오픈AI 최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사티야 나델라가 올트먼 스카우트 방침을 밝히고, 오픈AI 엔지니어 95%가 알트만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힘입은 올트먼이 다시 CEO에 복귀해 이사회를 물갈이하며 쿠테타를 진압하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마치 쿠테타로 축출당한 황제가 대군을 이끌고 권토중래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죠.

오늘은 시선을 잠시 돌려 올트먼 축출을 주도했던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최고 과학자(Chief Scientist)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수츠케버는 애덤 디앤젤로(쿼라 CEO), 타샤 매콜리(기술 사업가), 헬렌 토너(조지타운 보안·신흥 기술 센터 이사)와 함께 올트먼 축출을 시도한 4명 중 한 명입니다. 수츠케버를 제외한 나머지 3인은 모두 사외이사이고, 사내이사 중에선 수츠케버가 유일하게 쿠테타에 참여했습니다. 창업동지인 수츠케버에 대한 올트먼의 배신감은 아마 엄청났을 겁니다. 

샘 올트먼과 일리아 수츠케버 오픈AI 공동창업자
샘 올트먼과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창업자

수츠케버는 올트먼 못지 않은 AI 천재입니다. 수츠케버는 딥러닝 분야 전문가로 바둑AI ‘알파고’ 개발에 참여했고, 2015년 올트먼과 함께 오픈AI를 공동창업했습니다. 최근 올트먼이 대외활동을 비롯해 사업화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라면, 수츠케버는 오픈AI의 핵심인 기술 개발에서 보다 역할이 컸습니다.

14살 대학 입학한 AI천재…규제주의자 제프리 힌튼 문하서 공부​】

그는 1986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440㎞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로 1년의 절반 가량이 항상 눈으로 덮혀 있는 설국입니다. 그가 5살 때 그의 부모님은 중대한 결단을 내립니다. 바로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이민을 가기로 한 것이죠. 소련 말기 불안정한 정세 때문일 수도 있지만, 유대인이었던 부모님의 종교적·민족적 신념에 의한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실제 1948년 현대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20세기 내내 전세계 흩어져 있던 많은 유대인들이 수츠케버의 부모처럼 이스라엘로 이주를 결단했죠. 예루살렘에서의 삶은 수츠케버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배경이 됐습니다.

수츠케버는 어릴 적부터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불과 14살 나이에 이스라엘 개방대(The Open University of Israel)에 입학해 컴퓨터 공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개방대는 고등학교 졸업 여부와 무관하게 재능있는 학생들을 받는 학교입니다. 주로 원격 수업이 진행됐는데 이런 방식이 수츠케버에겐 잘 맞았습니다. 그는 AI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모교인 개방대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방대 시절) 나는 스스로를 밀어붙이진 않았어요. (한 학기에) 2~3개 정도 수업만 수강했고 그 이상은 절대 듣지 않았죠. 전 성적에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당시 전 대학 교제가 무척 좋았어요. 책이 훌륭하지 않았다면, (공부가) 훨씬 어려웠을 겁니다. 

 

수츠케버는 개방대를 중퇴하고 캐나다로 건너가 토론토대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모두 받습니다. 학부시절엔 수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선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죠. 박사학위 과정 때 지도교수가 바로 AI 분야의 거장 제프리 힌튼이었고, 수츠케버는 힌튼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AI 분야 기술 역량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에서도 스승의 영향이 컸을 겁니다.

 

일리야 수츠케버
딥러닝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맨 오른쪽) 교수와 그의 수제자인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슈츠케버(맨 왼쪽) (출처=토론토대)

수츠케버가 힌튼의 지도 하에 쓴 박사 논문의 제목은 ‘순환신경망 트레이닝(Training Recurrent Neural Networks)’이었습니다. 

 

또 수츠케버는 힌튼이 창업한 DNN리서치에 참여했는데, 이 회사는 수천장의 사진을 분석해 스스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였습니다.

컴퓨터공학자인 동시에 인지심리학자인 힌튼은 딥러닝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지만, AI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대표적인 AI 규제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힌튼는 올해 5월 10년여간 부사장 겸 엔지니어링 펠로로 몸담았던 구글을 퇴사했습니다. 그는 AI의 발전이 가져올 위험을 보다 자유롭게 알리기 위해 구글에서 퇴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당초 AI가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는 시점이 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30~50년 또는 그보다 더 멀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5년전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무섭기만 합니다. 

 

 

이번 올트먼 축출은 AI 산업 내에서 규제 관련 철학의 충돌이 극명히 드러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수츠케버는 스승인 힌튼 철학의 일종의 계승자였고, 여기에 종교적 신념까지 더해 통제되지 않는 AI의 해악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고 이번 올트먼 축출까지 나서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수츠케버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과 인간의 관계는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비슷할 거에요. 인간이 동물을 미워하진 않지만, 고속도로를 낼 때 그곳 동물들에게 동의를 구하진 않죠. 

 

수츠케버 앞에 놓인 선택…재결합 또는 각자도생

 

수츠케버는 이번 쿠테타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요. 수츠케버가 올트먼을 만난 것은 2014년 한 저녁식사에서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수츠케버와 올트만은 물론 일론 머스크와 그렉 브록맨(오픈AI 공동창업자)이 모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인물들이 함께 한 자리였던 셈이죠. 이 자리에서 이들은 구글에 대항할 AI 기업을 세우기로 의기투합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2015년 12월 AI 연구를 위해 설립한 비영리 스타트업인 오픈AI를 설립합니다.

 

 

“구글의 대항마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오픈 소스와 비영리입니다. 왜나면 구글은 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니깐요.” 
일론 머스크

 

 

수츠케버는 올 여름부터 사내 AI얼라인먼트팀(alignment)을 신설하고, AI가 가져올 여러 부작용과 해악에 대해 대비하는데 주력해 왔습니다. 그는 올 8월 열린 UC버클리대 시몬스 컴퓨터 이론 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픈AI에서 하는 기술적인 업무와 관련해서 얘기할 순 없지만, 저는 얼마 전부터 제 연구의 초점을 AI얼라인먼트로 전환했습니다. 

 

또 그는 올 7월초 오픈AI 블로그에 올린 ‘Introducing Superalignment’에선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4년간 (오픈AI가) 확보하게 될 전산 역량의 20%를 초지능 얼라인먼트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AI얼라인먼트 또는 초지능 얼라인먼트는 AI시스템을 인간이 의도한 목표, 선호, 윤리적 원칙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수츠케버는 이사회에선 사임했지만, 일단 오픈AI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직책인 수석 과학자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단 오픈AI에 남아서 AI얼라인먼트, 즉 AI 기술 진화의 폐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동 창업자인 샘 올트먼과 긴장관계는 계속되겠죠.

다만 수츠케버는 올트먼 축출 사태 이후 X(옛 트위터)에 “(올트먼을 축출한) 이사회 행동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던 만큼, 올트먼과 관계 회복에도 나설 가능성도 커보입니다. 다만 오픈AI 직원 95%가 올트먼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만큼 수츠케버는 오픈AI 내에서 AI의 위험 가능성을 알리는 소수의 목소리를 낼 전망입니다. 오픈AI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겠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 정답일 것 같습니다. 

 

오수현 기자 so2218@mk.co.kr

*[지식人 지식in]은 한주 동안 화제가 됐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인사들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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