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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암 알 메이리 UAE 기후변화 및 환경부 장관
UAE의 기후변화 및 환경부 장관 마리암 알 메이리 <자료=WPC 유튜브 채널>
지난 3~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는 프랑스 싱크탱크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가 주최한 제16회 세계정책콘퍼런스(WPC)가 열렸습니다. 다수의 저명한 교수, 기업가, 정치인들 사이 단연 호소력 있는 스피치로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연사가 있었는데요. 바로 UAE의 기후변화 및 환경부 장관 마리암 알 메이리입니다.
【디테일 가득한 연설로 청중 사로잡아】
이날 알 메이리 장관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이달 30일부터 내달 12일까지 UAE 두바이에서 개최될 예정인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회의)을 ‘홍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통상 홍보라고 하면 청중들의 관심도는 다소 식기 마련인데요. 알 메이리 장관의 스피치는 그 누구보다 흡입력과 진정성이 돋보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디테일’에 있었습니다. 알 메이리 장관은 2주전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경험으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지속적으로 바다에 떨어진 뒤 녹아 없어지는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했는데요. 이를 통해 알 메이리 장관은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막도록 하는 일인지를 인지시켰습니다. 지구의 빙하가 없어져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환경적 변화들을 막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마리암 알 메이리 UAE 기후변화 및 환경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이달 초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정책콘퍼런스에서 청중들을 대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자료=WPC 공식 유튜브>
디테일이 돋보였던 또 다른 부분은 COP28이 올해 집중하게 될 ‘음식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알 메이리 장관에 따르면 우리가 먹고 마실 음식료를 제조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에너지 생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 COP28은 음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다양한 솔루션의 장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대표적으로 COP28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한다’는 기치 하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수직농원 등 푸드테크 기술을 통해 가까운 사막 지역에서 과일을 조달하는 등 여러 200여명의 셰프 및 레스토랑 관계자들이 모여 ‘기후 위기를 감안한 케이터링 워크샵’까지 열어 머리를 맞댔다고 합니다. 듣기만해도 어떤 음식들이 COP28에서 제공될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UAE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과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첨단 농업기업 ‘크롭원’이 4000만 달러를 합작투자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농장 ‘부스타니카. <출처=코트라>
알 메이리 장관은 “지난 2년간 방문한 기후변화회의들은 음식이 맛있지 않았다”며 “좋은 음식을 먹으며 협상하고 논의를 나누다 보면 (COP28에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물론 행사 자체가 다룰 어젠다에 대해서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오는 COP28에서는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참가국들의 정치적인 의지 △기후 금융 △음식·건강·자연 등 인류의 삶 전반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내용들이 다뤄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UAE, 여성 인재 내세워 개방성 강조”】
사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알 메이리 장관 외에도 다수의 UAE 여성 장관, 또는 핵심 여성 정부 관계자들이 등장해 청중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누라 알카비 UAE 외교부 국무대신이자 전 문화지식부 장관도 참석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마하 바라캇 UAE 외교부 보건생명과학 보좌관도 참가해 COP28에서 최초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질병을 개별 의제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누라 알카비 UAE 외교부 국무대신(왼쪽)과 마하 바라캇 UAE 외교부 보건생명과학 보좌관<자료=WPC 공식 유튜브>
여성 인재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 인권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 여겨지는 중동 지역에서 고위 여성 관료들이 다수 등장한 점은 UAE 사회가 예상보다 개방돼 있음을 청중들에게 보여준 듯합니다. 중동 외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묘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UAE가 여성 인권에 대한 개방성을 하나의 경쟁우위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6위 산유국이 개최하는 기후변화회의... 결말은?】
한편 알 메이리 장관을 필두로 UAE가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펼치고 있는 행사 COP28은 1995년부터 국제연합(UN)이 개최하고 있는 회의입니다. 기후변화를 주제로 논의하는 협약에 소속된 국가들이 모여 매년 일종의 의무를 규약하고, 이를 잘 지켰는지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COP28 공식 로고
올해 COP는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로 큰 부를 창출한 국가가 개최하게 된데다 기후변화협약 의장에 UAE 국영석유회사 ADNOC의 사장이 임명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알 메이리 장관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UAE는 최근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31%에서 40%로 대폭 조정할 정도로 기후 변화를 막는 데 진심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COP28을 앞두고 지난 7월 UAE는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당기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국제사회는 느리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COP28에서 각국이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을 바탕으로 한국은 친환경 정책에 있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인선 기자 rkddls44@mk.co.kr
*[지식人 지식in]은 한주 동안 화제가 됐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인사들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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