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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없인 탄소중립도 없어…SMR 연간 20기 양산체제 구축을

 

탄소중립 과정 전기소비 급증
태양광·풍력만으론 대응불가
韓 원자력비중 29%에 불과해
2050년 40%까지 점진 확대를

서해안 화력발전소 활용하면
SMR 인프라투자비 절감가능

尹원전정책 설계 주한규 교수
"SMART원전 수출 재개부터"

 

◆ 제31차 국민보고대회 ◆ 


2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매일경제신문 창간 56주년 기념 제31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사진설명2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매일경제신문 창간 56주년 기념 제31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2050년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목표로 세계 각국이 탈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핵심 수단인 원자력발전소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인정받고도 탈원전 정책 여파로 수출은커녕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건설 계획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도 서둘러 신규 원전 투자를 늘리고 공격적인 수출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보고대회 프로젝트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2050년 원전 발전 비중을 4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10년 안에 SMR를 연간 20기씩 찍어낼 수 있는 양산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필요한 C테크(기후·탄소·청정기술) 중심에 원전을 두고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원자력·에너지 정책 설계를 맡은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폭증할 전력 수요를 감안하면 원자력 없는 탄소중립 달성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우선 단기 목표로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5%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폐로할 예정인 10기(8.45GW)에 대한 연장 운전을 허가하고 7790억원을 들인 신한울 3·4호기(2.4GW) 건설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70%대로 떨어진 원전 가동률을 85% 이상으로 정상화하고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장기적으로는 영덕·삼척 등 이미 원전 용지로 검증된 곳에 추가로 대형 원전 8기를 신규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 원전 활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용지 선정과 송배전 연결, 폐기물 처리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하지만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형 원전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는 SMR를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100~300㎿ 출력을 내는 SMR는 발전량이 기존 대형 원전(약 1400㎿)보다 적지만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낮을 뿐 아니라 비용이 적게 들고 건설 기간이 짧다.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을 수 있고 규모가 작은 만큼 입지 조건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또 유연한 출력 조정이 가능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세계 원전 선진국은 자국 내에 SMR를 대량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SMR의 경제성과 양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제작·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곳곳에 500기(630조원)에 달하는 SMR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가 5832억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혁신형 SMR(iSMR)' 개발사업은 2028년까지 표준설계 인허가, 즉 설계도 완성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후 건설 인허가를 따로 받으려면 3~5년이 더 필요한 만큼 이를 건설사업으로 전환해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SMR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주민 수용성이 높은 기존 원전 용지 내에도 지을 수 있다. 국내에 먼저 프로토 타입을 건설해 실증해야 수출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 교수는 "이미 2012년 표준설계 인허가를 받은 SMART 원전은 2030년 이전에도 건설이 가능하다"며 "SMART 원전 수출 재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폐쇄 예정인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 단지를 SMR 단지로 업그레이드할 것도 주문했다. 기존 전력망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설비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없는 전력 생산으로 이 지역의 고질적인 대기 질 문제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R는 청정수소 생산이나 친환경 모빌리티에도 활용 가능하다. SMR를 추진 동력으로 하는 선박은 탄소 배출이 적고 운항 속도도 높다. 달이나 화성 등 우주탐사선에도 SMR를 활용할 수 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세계 각국이 무한 경쟁에 돌입한 SMR는 이제부터가 본게임"이라며 "원전 설계부터 제작, 운전까지 완성된 공급망과 노하우를 갖춘 한국의 강점을 토대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국차장 겸 지식부장 / 최승진 차장 / 백상경 팀장 / 이승윤 기자 / 송경은 기자 / 오대석 기자 / 강인선 기자 / 문재용 기자 / 유준호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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