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뉴스

관련뉴스

"코로나로 위기 내몰린 기업, 고객 불안부터 달래야 생존"

세계지식포럼 연사에게 듣는 `포스트 코로나` 인사이트


헤르마완 마크플러스 회장

코로나로 반사이익 본 기업은
브랜드 관리에 힘 쏟아야                

코로나 위기가 끝난 뒤에는
기존 마케팅 방식 안통할 것

조직 군살 확 빼 대응력 높이고
지역사회 가치 전달 고민해야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이 이번 세기 인류와 기업에 마지막 타격이 될지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 위기가 끝난 뒤에는 예전 같은 마케팅과 사업 방식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계적 마케팅 석학인 헤르마완 카르타자야 마크플러스 회장(사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마케팅 지형 변화를 이같이 예고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강제적으로` `더 빨리` 채택하고 있다"며 "마케팅 지형 변화에 따라 기업은 품질, 비용, 배송, 서비스 등 모든 측면에서 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서면 인터뷰를 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기업 경영전략의 전환을 촉구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세계 경제를 무력하게 만드는 유행병`으로 정의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수요 감소는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원투펀치`다. 헤르마완 회장은 "이번 코로나19 발병은 최근 20년 동안 인류에게 닥친 가장 끔찍한 위기"라면서 "기업은 변덕스럽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모호한 환경(VUCA)의 한가운데서 사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헤르마완 회장은 `위기`라는 말의 의미를 기업들이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자어 `위기(危機)`에서 위(危)는 `위험`을 의미하지만 기(機)는 `기회`, 즉 변화의 지점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2003년 사스 발병으로 중국은 생산 활동이 일시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을 겪었지만, 이후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됐고 화웨이, 샤오미, 알리바바 등 여러 기업이 대형 사업자로 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의 구체적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조직의 군살을 빼(Lean)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기업은 비효율성을 제거해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현금 흐름이 최상의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며 "더 날씬한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더 유연하게,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조언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를 이용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회사의 위치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적 하락을 가져오는 폭풍 한가운데 회사가 놓여 있는지, 성장을 만들어내는 횡재의 한가운데 있는지 살펴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헤르마완 회장은 쇠퇴하는 기업의 경우 고객과 제품 관리에, 성장하는 기업의 경우 브랜드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쇠퇴 위기에 내몰린 기업은 고객들의 불안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헤르마완 회장은 "가령 온라인 여행사는 도시가 일시 폐쇄되면서 환불받을 수 없다는 고객의 불안을 잘 달래야 한다"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여행 계획을 재조정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 위기가 경영 상황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기업은 고객 접근성 개선 등 브랜드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온라인 슈퍼마켓이나 마트 브랜드는 사재기에 맞서 재고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매업자는 고객이 원하는 특정 시간에 배달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기업이 단순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고객과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를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끝난 뒤에는 반소비주의 운동의 출현과 함께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어떻게 공동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지 묻게 될 것"이라며 "기업은 소비를 촉발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더 큰 이익을 위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영국 차타드마케팅협회가 선정한 마케팅의 미래를 바꿀 전문가 50명 중 한 명이다. 1990년 동남아시아 소재 기업 마케팅을 전담하는 마크플러스를 창업해 기업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와 책 5권을 공동 집필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중 대표작인 `마켓 4.0`은 전 세계 24개 언어로 출판되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그는 2016년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자유무역의 종말`을 한발 앞서 예견하기도 했다. 

 

헤르마완 회장은 코틀러 교수와 함께 `마케팅 5.0`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책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업 경영 환경과 마케팅 전략에 대한 그의 혜안이 담길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이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다시는 결코 이전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위기 이후 정상화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코로나19 발병으로 첨단 기술 적용이 더욱 빨라지고, 인간 상호작용이 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기술 일변도(Tech Only)`가 아니라 `인간성을 위한 기술(Tech for Humanity)` 채택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 글

新인류의 탄생…`욜드`에서 새 기회 온다

다음 글

BYD·에어버스·소니 … 첨단기술 노하우 한 보따리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