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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칼럼] 부국과 빈국을 가르는 조건
내달 개최 세계지식포럼서
다이아몬드와 로빈슨 교수
국가 흥망의 요인 집중 조명
대전환기 나아갈 방향 제시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재화를 갖고 있는데, 왜 우리 흑인들은 그러지 못할까요."
1972년 파푸아뉴기니의 한 해변가.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현지 정치인 야리의 질문을 받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화두는 단순히 '왜 부국과 빈국이 존재하는가'라는 경제학적 의문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탐구하는 근원적 문제로 다가왔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은 건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 그의 베스트셀러 '총, 균, 쇠'를 통해서였다.
그 당시 다이아몬드는 문명 발전의 속도와 부의 격차가 생긴 이유로 인종적·지능적 차이보다는 지리적·환경적 요인에 주목했다. 즉 환경결정론의 틀에서 분석한 것이다. 동서로 넓게 뻗은 유라시아의 지리적 우위와 곡물·가축의 확산, 병원균과 면역체계, 금속과 문자의 발달 등 우연과 환경의 복합적 작용이 핵심이었다.
반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환경은 출발점일 뿐, 인류 문명의 지속적인 번영 여부는 인간이 설계한 제도와 권력 분배 방식이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로빈슨 교수는 대런 애쓰모글루와 함께 집필한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번영과 몰락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를 비교해 설명했다. 포용적 제도가 번영을 낳고, 착취적 제도가 몰락을 부른다는 얘기다.
전 세계 지식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다이아몬드 교수와 로빈슨 교수가 다음달 9~11일 신라호텔과 장충아레나에서 진행되는 제2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같은 세션의 연사로 얼굴을 마주한다. 두 거두의 만남은 글로벌 격변기를 맞이한 현대인들에게 생존의 혜안을 제시할 빅 이벤트다. 단순히 학문적 논쟁을 넘어 인류가 어떻게 하면 번영의 끈을 잡을 수 있을지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이아몬드 교수도 환경적 요인에만 집중하진 않았다. 후속 저서 '문명의 붕괴'와 '대변동'에서 리더십과 위기 대응력, 제도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조명했다. 인간 사회는 스스로의 선택과 설계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이 대표적이다. 개방적 자유시장경제와 교육, 혁신 생태계를 통해 단점을 극복한 사례에 속한다.
세계지식포럼의 무대에서 두 석학이 만난다면, 토론의 초점은 단순한 원인 규명에서 벗어나 환경과 제도의 상호작용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와 세계화의 퇴보,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처럼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제도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며,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환경과 제도의 두 축이 교차하는 지점이야말로 인류가 직면한 문명의 시험대일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1997년에 퓰리처상을, 로빈슨 교수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이다. 또한 이 둘은 문명과 국가의 성공과 몰락을 탐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80여 개 세션, 170명에 달하는 국내외 연사들이 참석하는 '지식의 향연' 세계지식포럼이 한 달 안쪽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우리에게 어떠한 깨달음을 줄지 기대가 크다. 9일 개막식에서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대전환기의 리더십과 회복력'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다. 10년간 총리직을 역임한 그의 경험과 관록이 고스란히 표출될 것이다.
인류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여러 위기를 극복해왔다. '대전환기를 항해하는 인류의 새 도전'이라는 포럼 주제에 걸맞게 올해 세계지식포럼이 희망의 길을 찾는 담대한 여정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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