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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리 폭스콘 부회장 "LCD공장서 즉각 마스크 생산…코로나시대 생존법은 민첩성"

2020.06.10

세계지식포럼 연사 인사이트

지금같은 불확실성 시대엔
더 큰 융통성·복원력 필요

이미 난 손실 걱정하기보다
새로운 비즈니스기회 발굴

코로나19가 제조업 등 세계 산업 환경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생산기지 국외 이전을 감행해 온 선진국 경제의 허약한 체질이 노출됐고, 중국 중심 생산기지 의존도가 지닌 위험성도 크게 부각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값싼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의문 부호가 생긴 것이다. 기업 마진 개선과 기술 진화라는 세계 경제 선순환 구조가 끝내 파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플의 제조기지 역할을 맡아 기존 글로벌 공급망 선순환 구조 속에 기업 가치를 높여온 폭스콘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적응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제이 리 폭스콘 부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서면으로 인터뷰하면서 "서플라이 체인과 시장 수요 변화로 인해 폭스콘은 어쩔 수 없이 뉴노멀을 맞았다"며 "폭스콘은 민첩한 대응을 통해 언제든 사업을 재조정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 공장 설비 전환을 폭스콘의 민첩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았다. 폭스콘은 지난 4월 위스콘신 마운트플레전트 공장 설비를 인공호흡기와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했다.

당초 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LCD) 등을 제조할 계획으로 만든 공장이었지만 미국 내에서 급증한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폭스콘은 의료장비 전문 다국적 기업 메드트로닉과 협업할 수 있는 기반도 발 빠르게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폭스콘이 보유한 제조 분야 전문성과 글로벌 공급망, 민첩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 지역사회와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어가는 묘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리 부회장은 "우리는 손실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코로나19 기간에 국경 혹은 수출입 통제는 서플라이 체인 운영을 훨씬 더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는 미래 글로벌, 지역적 사업 운영을 위해 더 큰 융통성(flexibility)과 복원력(resilience)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디지털·전자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적용한 것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일어난 대표적인 변화라고 꼽았다. 리 부회장은 "원격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며 "디지털로 연결되는 자동화 기법을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발생 전부터 우리는 전략적이면서도 단계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바이러스 등장 이후 그 어떤 디지털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도 전통 시스템 역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부회장은 코로나19가 폭스콘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환 계획을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폭스콘은 클라우드,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산업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기술, 로보틱스 등 7대 핵심 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제조와 기술,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다양화해 왔다. 폭스콘은 △제조 효율성 증대(1단계) △디지털 전환(2단계) △전기차, 의료·보건(3단계) 등으로 단계적 사업 전환 계획을 꾸려왔다.

 

리 부회장은 "코로나19 덕분에 폭스콘은 계획보다 더 빨리 의료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바이러스는 위기지만) 폭스콘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적응할 수 있는 속도와 민첩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영향은 아마도 지난 100년 중 최악일 것이고 회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부회장은 지난해 서울 장충아레나·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혁신성장을 이끄는 AI 클러스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 신시내티대학 산업공학과 석좌교수인 리 부회장은 현재 맥킨지앤드컴퍼니 선임 자문위원, 세계경제포럼 글로벌미래위원회 위원, 싱가포르 과학기술처 과학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윤원섭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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