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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 퍼거슨 "美·中 2차 냉전 시작"

2020.06.08

 

 

美스탠퍼드대 교수 인터뷰

이번엔 정치·이념 갈등 번져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것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화된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제2차 세계 냉전(Cold War Ⅱ)의 진짜 시작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교수는 지난 20일 매일경제신문과 `언택트`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미·중 간 무역분쟁이 관세 합의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정치·외교·이념 갈등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1940년대 말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 제1차 세계 냉전이었다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미국과 중국 간의 제2차 세계 냉전이 본격 발발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퍼거슨 교수는 스탠퍼드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10주째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에서 가족과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인터뷰는 이메일과 전화통화 등 `언택트`로 이뤄졌다.

퍼거슨 교수는 "1차 냉전에서는 스탈린(소련)과 트루먼(미국) 중 하나를 택하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이번 냉전에서는 중국 대 서구권 대결 구도 대신 한 나라 안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얽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유럽을 예로 들며 "최근 유럽에서는 반미 감정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양국 모두와 가까운 영국·한국도 경제를 앞세워 중국을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쪽을 택하는 선택을 끝까지 피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를 묻는 질문에 퍼거슨 교수는 "코로나19 이후(post-corona)는 없다. 성공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최소 2년간은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 공생해야 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하는 일문일답.

―코로나19가 처음 터졌을 때, 이렇게까지 심각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나.
▷그렇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는데 당시 참석자들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환경 얘기만 해서 충격을 받았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바이러스는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도 팬데믹은 일어났다. 특히 국제 무역과 여행이 증가하던 시기에 팬데믹이 생겼다. 그리고 대부분의 팬데믹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역사상 중요한 팬데믹이 대부분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예를 들어보자.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유행한 흑사병의 발원지는 현재 중국인 중앙아시아·서남아시아 일대로 알려져 있고, 1957년 110만명이 목숨을 잃은 아시아독감 역시 중국에서 시작됐다. 1968~1970년 유행했던 홍콩독감 역시 그렇다. 이 때문에 나는 우한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것이 놀랍지 않았다. 다만 각국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에 놀랐다. 처음부터 너무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가 역사상 위험했던 다른 바이러스들에 비해 특별한 점이 있나.
▷코로나19가 아주 특출 난 경우는 아니다. 14세기 흑사병과 같은 규모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전 세계 인구 대비 사망률이 코로나19보다 높았던 질병은 최소 30가지가 있다. 문제는 경제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1929~1932년 미국 대공황 시기 때보다 훨씬 빠르게 우리는 현재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실업률, 강대국들의 경제활동 규모 축소는 대공황 시기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미·중 관계는 안 좋았는데 요즘 최악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난해 나는 미국과 중국 관계를 이야기하며 `제2차 세계냉전(Cold War II)`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때 사람들은 미·중 간 무역합의가 이뤄지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도 이제 진짜 제2차 세계냉전이 시작됐다는 걸 믿기 시작했다. 지난해 양국 간 관세전쟁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기술·국가 전략 간 마찰·이념 갈등이 포함된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다. 특히 향후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중국 외무부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되지 않았다며 `가짜 뉴스`를 뿌리고 다닌다. 미국은 코로나19 위기에 잘못 대처했다며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지금은 양국 모두 민감한 시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중국` 정치 공약을 끝까지 밀고 갈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미국 내 반중국 정서가 강하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의 원인이 중국이라는 점을 씻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될 기미는 전혀 없다.

―2차 냉전이라면 미·중 간 관계가 서구권과 중국 간 대결 양상으로 확전된다는 말인가.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각국 내부에서조차 친중·친미 성향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중국 공산당의 선전(propaganda)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 반미 감정도 심해졌다. 심지어 중국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와 독일 쾨르버재단의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 36%가 미국보다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37%가 중국보다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지난해에는 50%가 미국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중국 대 서양 구도의 냉전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보다 중국을 지지하는 세력이 많다.

―그렇다면 영국과 한국처럼 안보와 교역으로 미·중 모두와 가까운 나라는 둘 중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영국과 한국 등 유럽·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한 국가와 동맹을 택하는 것을 끝까지 피하려 할 것이다. 1940년대 말 미국·소련 냉전 때는 이오시프 스탈린 체제의 소련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미국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많은 나라가 예전만큼 미국에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부문에서는 중국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를 앞세워 최종적으로 중국을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결국 공산주의 국가이고 시민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호주를 예로 들어보자. 호주에 중국은 가장 중요한 교역국이지만,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의 중국이 아시아 최대 강대국이 되는 것은 못 본다는 게 호주 입장이다. 사람들은 결국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잡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 일이라는 점을 점차 깨달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경제를 다시 오픈하고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를 준비하고 있는 국가가 많은데.
▷포스트 코로나는 없다.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with corona) 살아가야 한다. 백신이 빨리 나오면 경제도 빨리 회복되겠지만,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시나리오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1980년대 이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2500만명 넘는 사람이 죽었지만 백신은 없다. AIDS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19도 해결하기 힘든 질병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최소 향후 2년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성공적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더 오랫동안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한글로 번역된 저서 `광장과 타워`에서 사회 구성원 네트워크의 힘을 역설했는데, 코로나19로 사람들은 광장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의 패권이 변할까.
▷네트워크가 강한 세상은 역설적으로 취약한 점이 많다. 네트워크가 강한 만큼 디지털과 생물학적 바이러스는 굉장히 빠르게 전염된다. 세계 경제가 통합되고 여행 경로가 넓어지는 만큼 인류가 팬데믹을 경험할 확률은 높아진다.
이번 팬데믹에서 서구권 국가가 이해하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전염에 대해 이해하려면 병원균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 구조 역시 이해해야 한다. 한국이나 대만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성공한 이유는 역학조사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차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어디에서 감염이 발생했는지 조사를 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염률이 낮은 것이다. 미국은 이를 실패했기 때문에 감염 확산 규모가 훨씬 컸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자체뿐"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100%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두려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다시 직장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외출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나가서) 돈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면 경제가 회복되기 힘들다. 계속해서 경제활동이 셧다운되는 상태로 지낼 수는 없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소통이다. 나쁜 커뮤니케이션의 예를 들어 보겠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공원과 바다를 폐쇄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매우 멍청한 행동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밖이 아닌 특정한 공간 안에서 퍼진다. 오히려 밖에 나가 상쾌한 공기를 맡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좋다. 명확한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훗날 역사학자들은 어떻게 기록할까.
▷만약 내가 교육과정에 참여한다면, 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공공정책 실패의 전형적 사례`라고 부를 것이다. 미국 정부만 해도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책임이 있다. 수많은 부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조치도 효율적으로 실행되지 않았다. 이는 (관료) 시스템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다.

[한예경 기자 /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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