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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샌드박스'서 기업 뛰게해야 블록체인 시대 승자 첨부파일 -

 

디지털혁신 이끄는 칼률라이드 대통령

 

◆ 에스토니아 대통령 매경 방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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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칼률라이드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그룹 본사를 방문해 매경 간부들에게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발전 전략과 '전자영주권(e-Residency)'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1991년 소련에서 독립했지만 아무런 기반이 없어서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스웨덴, 핀란드의 생활 수준을 TV에서 보면서 우리는 언제 저런 수준의 삶을 누려볼까 했었죠. 국가 자체를 디지털화하지 않으면 살길이 없다고 생각하고 매달렸습니다." 

유럽의 디지털 수도를 넘어서 블록체인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이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케르스티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이렇게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1940년 소련에 강제 통합된 뒤 51년 만에 독립한 에스토니아. 인구는 130만명에 불과하고 변변한 천연자원도 없다.
그래서 국민은 정보기술(IT)에 눈을 떴고, 디지털을 국가의 기틀로 선택했다. 스카이프(인터넷 영상전화) 같은 혁신적 기업이 에스토니아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이 나라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디지털 초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에 기반한 탈중앙집권적인 국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이름보다 디지털 ID를 먼저 주며 각종 신고를 위해서 관공서에 갈 필요가 없는 나라"라고 소개했다. 

에스토니아는 하나의 기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상에 없던 플랫폼을 만들어 내며 아이폰과 같은 혁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전자영주권(e-Residency)' '데이터 대사관(외국에 데이터센터 설립)' 'X로드(블록체인 기반 국가 시스템)' 등 연이어 히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전자투표를 총선에 도입했고, 역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반 전자서명 기술을 개발하는 등 아이디어 차원이었던 파괴적 혁신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특히 '전자영주권'이라는 발명품은 블록체인 시대 기본 신분증이 될 전망이다. 에스토니아는 전자영주권을 가진 사람에게 최첨단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누구보다 앞서서 맛보게 할 계획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8일 이례적으로 매경미디어그룹을 찾았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에스토니아가 그리고 있는 10년 뒤, 20년 뒤 미래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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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지난 6일부터 청와대, 경기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곳곳을 방문하며 "이제 '디지털 샌드박스'를 만들어 디지털 공간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국가가 나서기보다 민간이 이런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국가는 민간을 돕는 퀵 폴로어(Quick Follower)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검토 가능성을 내비쳐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국가 차원의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에스토니아 국가 가상화폐(Estcoin) 구상은 유로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화폐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거스를 생각이 없지만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4차 산업혁명이 바꿀 세상에 맞는 법규 제정에도 앞서 나가고 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로봇 배송 차량과 일반 차량 간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책임 부담 범위를) 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지난해 법제화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가 구축한 'X로드'는 블록체인 시대 디지털 행정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결혼, 이혼, 부동산 거래를 제외한 모든 행정 서비스가 X로드를 통해 디지털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의료정보가 대표적이다. 의사에게 처방을 받은 뒤 처방전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어느 약국에 가서도 전자신분증을 이용해 약을 지을 수 있다. 

심지어 핀란드에 가서도 이렇게 자신의 디지털 의료정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전자신분증은 별도의 카드로 발급되다가 최근에는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주민등록증이 모바일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에스토니아가 무조건적인 데이터 개방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모든 국가 디지털 행정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누군가 개인정보에 접근하면 당사자에게 자동적으로 통보된다"며 "정보 관리자가 권한을 남용할 경우 엄격하게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률라이드 대통령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의식해 사이버 보안 강화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서 정부냐 민간이냐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며 "자유롭고 안전한 활동을 위해 사이버 건강관리(cyber hygiene)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2007년 러시아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아 국가가 마비되는 사태를 빚었다. 이를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버사령부(NATO Cooperative Cyber Defence Centre of Excellence)를 NATO에 제안해 에스토리아 탈린에 유치했다. 오는 5월 전 세계 사이버 보안 관계자들이 에스토니아에 총집결해 록실즈(LockedShields)라는 사이버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박용범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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