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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카 샨셀르(Lucas Chancel)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책임자 | 불평등 심한 나라일수록 범죄율 높아 첨부파일 -

“지난해 새로 창출된 전 세계 부(富)의 82%를 상위 1%의 부자들이 차지했다.” 


다보스포럼이 시작되면서 다시 ‘부의 불평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포럼 개막 직전 옥스팜이 발표한 ‘부가 아니라 노동에 대해 보상하라(Reward Work, Not Wealth)’는 제목의 보고서가 화제를 일으킨 덕분이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상위 1% 부호들이 전체 신규 창출 부의 82%를 가져간 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7억명은 재산이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7년간 상위 0.1%에게 돌아간 전 세계 부와 소득 증가분이 하위 50%에게 돌아간 몫과 같다.” 

지난해 12월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world)가 발표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WID.world는 소득 분배를 연구하는 세계 각국 학자 100여명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는 뤼카 샨셀르와 토마 피케티를 비롯한 WID.world 소속 경제학자 5명이 협업해 만든 결과물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파리경제대학원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책임자인 뤼카 샨셀르가 ‘부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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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석사/ 프랑스 지속가능발전·국제관계연구소(IDDRI) 선임연구원/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 공동책임자(현)/ 파리경제대학원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책임자(현)


Q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A 1980년 이후 중산층과 하위층이 보유한 자산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1980년 이후 미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하위 50%가 소유한 부는 거의 그대로지요.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1980년 이후 200% 이상 늘었습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지난 1월 23일 발표한 보고서도 양극화가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억만장자의 소득은 연평균 13% 증가했지만 일반 근로자 임금은 2%씩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Q 부의 불평등은 어떤 부작용을 초래합니까. 

A 우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소수의 상위층에만 부가 집중되면 사회 구성원 대부분의 소비력이 약해지고 내수 경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부가 고르게 분배돼야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성장에도 좋습니다. 

양극화는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범죄율·투옥률이 높고 사회 구성원 간 신뢰도가 낮습니다. 나라가 불안정하다는 뜻이지요. 정신질환을 포함한 각종 질병을 앓는 사람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권력이 한쪽에만 집중된다는 점 또한 문제입니다. 상류층은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치도록 유도합니다. 이로 인해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지요. 격차가 벌어질수록 일반 국민은 분노하고 사회는 분열됩니다. 2016년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표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가 국민의 분노였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Q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소득(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균등하게 지급하는 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A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핀란드는 이미 실업자 일부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실험을 하고 있고 스코틀랜드 일부 지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경제가 성장하면 하위층에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부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A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의 재산은 일반인의 임금에 비해 6배 더 빨리 불어납니다. 경제가 성장해도 양극화가 자연스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지요.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데만 매달리는 건 해결책이 아닙니다. 노동자에게 임금을 충분히 지급하고 모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같은 정책과 제도 없이 자연스럽게 빈부격차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Q 한국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렸습니다. 한국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소비 진작과 양극화 해소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자영업자 중엔 최저임금이 부담돼 아르바이트 고용을 줄이는 사람도 꽤 된다고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 감소로 이어질 거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잖고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부작용 없이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A 최저임금 인상은 불평등과 가난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위계층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겠지요. 이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합니다. 

부작용 없이 최저임금을 인상한 국가도 있습니다. 2010년 에콰도르는 기업이 직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쓰는 ‘존엄임금(dignity wage)’을 지급하지 않으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못하게 막는 법을 도입했습니다. 제도를 정착시키기까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수많은 국민이 혜택을 봤습니다. 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우려도 물론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에콰도르 실업률은 현재 라틴아메리카 최저 수준이에요. 영국 저임금위원회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근로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Q 부동산 가격 역시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사안입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규제를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발표한 뒤 강남 집값은 오히려 올랐지요.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A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의 자산은 점점 불어나는데 보유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거든요. 정부가 알맞은 정책을 펼치면 부동산 값을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공공주택을 늘리면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는 걸 억제할 수 있습니다. 

. 저임금 근로자 상당수는 여성입니다. 반면 전 세계 억만장자 10명 중 9명은 남성입니다. 남녀 간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최근 몇 년간 남녀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여성이 받는 임금은 아직도 남성 임금에 비해 낮아요. ‘여성은 감정적이다’와 같은 편견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열 배 많은 시간을 집안일이나 육아와 같은 무임금 노동에 할애하지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육받을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양극화를 없애려면 남녀 간 불평등도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역시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부문입니다. 참고할 만한 예시로는 아이슬란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아이슬란드는 2022년까지 남녀 임금 격차를 없애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성별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고용주에게 벌금을 매기는 법을 시행했습니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4호 (2018.1.31~2018.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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