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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본 세계경제 좋지만…언제든 위기 닥칠 수 있어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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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구척 장신의 노신사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트레이드마크인 'ㅅ' 모양 콧수염이 받쳐주는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를 할수록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고 마음씨가 따뜻한 인물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총재 권한대행 등을 맡아 글로벌 경제질서를 주도했던 존 립스키. 그는 지난달 5일 세계정책콘퍼런스(WPC)가 열린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세계 경제가 순항하고 있지만 마냥 낙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 헤드라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 이면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에 대해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미국 내에서도 손해를 보는 측에서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수정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총재 권한대행을 마치고 물러난 그는 현재 존스홉킨스대 헨리키신저국제문제연구소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세계 경제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나. 

▷선진국 경기와 관련된 뉴스 헤드라인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절대 아니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Never Say Never). 현 상태에서 또 다른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지만 위기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위기가 일어나지 않으면 사람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IMF가 추구했던 글로벌 경제구조 개혁은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끝나지 않았다. 그림자금융 관련 규제는 효율성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고용지표 등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잘 봐야 한다. 비숙련 노동력은 여전히 초과공급 상태다. 일본은 또 국가부채비율이 높다는 점이 늘 문제다. 미국 등에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한 것이 문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리더십을 확고히 하게 됐는데 경제개혁 전망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불확실한 것들이 있다. 인구 구조적으로 노동력 감소 현상이 큰 위험 요인이다. 한 자녀 정책에 따른 결과다. 중국 당국은 중국 경제 잠재 위험 요인들을 잘 알고 있고,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 성장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드라마틱하게 높은 편이다. 그러나 생산성은 여전히 글로벌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 민간 모두 효율적인 투자를 꾀해야 한다. 중국은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부터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국영기업들을 어떻게 효율화시킬지가 관건이다. 

―한미 FTA 재협상 등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다. 

▷보호주의는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은 완전히 잘못됐으니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수사(rhetoric)가 넘쳐난다. 특히 미국이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점을 고려해 한미 FTA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협정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협상은 단순하지 않지만 협정은 타협의 산물이다. 재협상도 마찬가지로 타협이 필요하다. 이런 타협이 필요한 실제 개정 작업에 들어가면 전망만큼 파격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들은 정치 이슈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재협정으로 손해를 보는 기업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축소 등에 대한 우려가 강하다.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기술은 우둔한 사람을 스마트하게 만들고 약한 사람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코딩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은 과장됐다. 모든 사람이 코딩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적응력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 단순 기술보다 창의적 사고로 빠른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4년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점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까.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는 과거 시리얼로 유명한 퀘이커사(社) 공장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제조업이 번성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제조업은 항공전자공학 분야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실업률은 미국 평균보다 낮다. 새로운 일자리들은 전기·전자 분야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냈다. 이런 변화와 혁신은 지역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커크우드대학이라는 지역 대학이 평생교육 시스템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 결과다. 실리콘밸리에서 나오는 초대박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골드러시 수준의 붐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일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냈다. 

―최근 기본소득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미국은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를 통해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정부가 생계비 등을 보조해주는 세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정 소득 이상 구간으로 들어가면 혜택이 없어진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UBI)을 도입하자는 논의는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한국에 도입을 하려면 과연 재원 조달이 가능한지부터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받은 지 20년이 됐다. 

▷당시에는 고통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다시 일어서게 되는 변곡점이 된 것 같다. 급속하게 성장하던 아시아 신흥국들은 1997년 불경기가 닥치자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노정됐다. 당시에 IMF는 위기가 발생하면 해결하는 능력만 갖고 있었다. 고장 나면 수리하는 방법밖에 없었고 어떻게 고장 나지 않게 하는지 몰랐다. IMF가 그 이후 위기 예방 도구를 갖추기 위해 많은 구조적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불이 났을 때 사후적으로 소화기만 쓸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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