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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 | 주주가치 중시 기업이 사회전체 이익 높인다 첨부파일 -
기업은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하는가? 그것이 정말 주주들이 원하는 것인가?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질문에 ‘노(No)’라고 답했다. 단순히 기업의 진짜 주인인 주주(shareholder)가 수익성만 따진다는 것은 ‘합리적인 경제인’을 따지는 고전경제학의 이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트 교수가 생각하는 주주는 수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일정 부분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현실적인 인간’이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매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린 제18회 세계지식포럼 기조강연에서 하트 교수는 “기업이 무조건 수익성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기업이 시장가치가 아닌 주주 가치를 반영할 때 포괄적인 사회 전체 이익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와의 계약이나 이사회를 통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경영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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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역할 커져야 기업의 사회적 역할 커져 

하트 교수는 실생활의 계약과 제도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경제 이론인 ‘계약이론(Contract Theory)’의 대가이다. 하트 교수는 ‘도덕적 해이’부터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추긴 ‘정보의 불균형’에 이르는 모든 문제의 해답을 계약에서 찾았다. 이 같은 계약의 관점에서 경제주체 간 의사 결정, 그 효과와 부작용 등을 분석하는 것이 계약이론이다. 즉 계약이론이란 지적재산권, 대부거래, 피고용자의 노동 성과와 보수 지급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양자 간 거래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및 불확실성이 존재할 때 이를 고려한 최적의 거래 방안을 고안하는 연구 분야다. 

계약이론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하트 교수는 지난해 벵트 홀름스트룀 MIT 교수와 함께 공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1980년대에 정립한 ‘불완전 계약’에 관한 이론은 고전 경제학의 한계를 벗어나 기업 소유와 통제 방식에 계약이 미치는 영향을 재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은 주주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도 하트 교수는 “주주의 역할이 커질 때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커진다”고 단언했다. 

기업의 주주는 사회에서는 한 개인이다. 그들은 주식을 사면서 많은 배당금과 매각차익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다소 비싼 돈을 지불하고 공정무역 커피를 사 먹는 등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을 보인다. 또한 총기 제조회사나 청정하지 않은 에너지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은 높은 이윤에도 불구하고 투자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즉 기업의 주인인 주주는 이윤을 추구하는 목적도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주인으로 있는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게 하트 교수의 기본가정이다. 

하트 교수는 경제 모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처럼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일정 부분 고민하는 주주가 수익성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보다 전체 사회를 놓고 보면 더 많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회적 역할은 주주 개인의 몫이 아니라 국가에 맡겨야 한다는 고전경제학의 주장에 대해서도 하트 교수는 반대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사례로 볼 때 환경·안전과 같은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항상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정부에만 의존해선 안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정에 기초해 하트 교수는 “고전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한 ‘정경분리’는 환상”이라며 “정치·사회 분야 문제는 항상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이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기업의 윤리성과 수익성은 분리될 수 없다(inseperable)”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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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의사결정에 주주투표 늘려야” 

그는 월마트를 비롯한 대형 마트에서의 총기판매를 예로 들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는 고전 경제학의 주장대로라면 월마트는 수익성만 높다면 얼마든지 매장에서 총기를 판매해야 한다. 만약 대형 마트에서의 총기판매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주가 있다면 배당금으로 총기규제에 찬성하는 사회단체에 기부하면 된다. 

하지만 하트 교수는 이런 주장을 ‘난센스’라고 반박한다. 그는 “개인 기부에 의존하는 이런 방식이 월마트가 총기를 판매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선량한 주주들이 사회적 이익을 위해 총기판매를 규제할 때 포괄적인 사회 이익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주주가치를 반영할 때 오히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만약 기업이 비윤리적·비사회적인 분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더라도 이로 인해 큰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면 주주들과 선량한 관리의무를 지닌 경영자들은 이를 거부한다. 즉 기업이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적극 경영에 반영할 경우 ‘사회 전체 잉여(기업 수익-사회적 손실)’를 고려하게 된다고 하트 교수는 봤다. 

이처럼 주주가치를 기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하트 교수는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 투표(shareholder voting)’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의 창업자는 설립 단계에서 기업 헌장(charter)을 마련해 상장 이후 미래의 주주들이 사회적 역할을 고려한 경영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대해선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를 늘릴 수 있는 악재로 봤다. M&A를 할 경우 기업 인수자는 회사의 주식 가치를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의 새 주인은 프리미엄만큼의 돈을 추가로 벌어들이기 위해 기업의 사회성보다 수익성을 앞세울 유인이 존재한다고 봤다. 이 경우에도 하트 교수는 “주주투표는 윤리성을 고려하지 않는(amoral) 방향으로 기업 전략이 바뀌는 것을 완화할 것”이라며 “적대적인 인수자보다는 행동주의자 주주들이 오히려 낫다”고 강조했다. 

개인 주주가 아닌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펀드들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그는 “펀드들이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투자전략에 대해 미리 공개하고 약속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마련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해 투자를 거부하거나, 오히려 적극적인 지분 확보를 통해 기업 경영방침을 바꾸는 펀드가 주주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하트 교수는 내다봤다. 결국 하트 교수는 “경영진에 대해 주주들이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물어보는 게 결국은 해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연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트 교수는 정치·경제 영역으로 계약이론을 확장하는 동시에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와 반세계화 풍조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과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남북·북미 간 갈등이 계속되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계약이론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트 교수는 “김정은 북한 노농당 위원장은 침략보다는 현상유지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불행한 일이겠지만, 국제관계로 본다면 정권유지를 보장하면서 북핵 폐기를 설득하도록 트럼프 정권이 설득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하트 교수는 지난해 브렉시트와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높아지는 ‘반세계화’ 파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반세계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세계화에 반대한다고 외치기만 할 뿐,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며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는 극우세력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세계화와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승리했다”며 여전히 “반세계화가 시대 트렌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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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개입 최저임금 인상정책 

바람직하지 않아”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와 성장을 촉진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트 교수는 “고용주와 고용자 간의 계약 관계에 정부와 같은 제3자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부의 소득세’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1976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튼 프리드먼이 동료 조지 스티글러와 함께 정립한 ‘부(負)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는 개인의 소득이 최저생계비 또는 소득공제액에 미치지 못할 때 최저생계비와 실제소득 간의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는 세제다. 보조받는 액수의 크기는 최저생계비, 근로자의 실제소득, 부의 소득세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 국내에서도 근로장려세제(EITC) 등에 반영돼 있다. 

하트 교수는 정권교체 이후 국내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국정감사 후 국회를 통해 법인세 인상안이 포함된 세법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법안의 핵심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2%보다 3%p 높인 25%로 인상하는 안건이다. 과세표준 20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이 타깃이다. 

이에 대해 하트 교수는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부자들의 조세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런 관점에서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는 법인세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법인세는 낮추고, 소득세는 높이는 조세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각에서 그는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낮추기로 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드러냈다. 하트 교수는 “트럼프 정권이 법인세 인하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소득세 인상이 없기 때문에 ‘반쪽’ 개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정홍 매일경제 경제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6호 (2017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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