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뉴스

HOME 화살표 미디어 화살표 관련뉴스
알렉사 클레이 `또라이들의 시대` 저자 |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 경계의 또라이들 덕에 발전하죠” 첨부파일 -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다보스포럼이 ‘최고의 비즈니스 북’ 중 하나로 꼽은 책 <또라이들의 시대(The Misfit Economy·2015)>에는 말 그대로 가지각색 ‘또라이들’이 등장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이 그 일부다. 세계를 뒤바꾼 이들 스타 기업가에게는 어느 정도 또라이 기질이 있었다. 사회에 얌전히 순응하는 대신 자기만의 기준을 따르고, 그에 따르는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려는 이들은 흔히 ‘괴짜’ ‘비주류’ ‘아웃사이더’ ‘문제아’ 등으로 불렸다. 잡스는 회사 창립 때부터 기존 질서를 뒤엎는 전복정신을 강조했다.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만이 실제로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냈다. 난독증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학교를 뛰쳐나와 교회 지하실에 음반가게를 차린 브랜슨은 또 어떠한가.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는 음반기획사를 세워 ‘섹스 피스톨즈’ 같은 펑크그룹을 영입해 대성공을 이룬 뒤 항공, 철도, 음료에 이어 최근 우주관광 사업까지 발 벗고 나섰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세계를 뒤바꾼 스타기업가의 또라이 기질 

그렇다 할지라도 이들은 어디까지나 주류 경제 시장에서 성공한 억만장자들. 충분히 ‘또라이스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무렵 책은 제대로 된 ‘B급 인생’ 혹은 진성 아웃사이더들을 소개한다. 파괴적인 약탈로 세계를 종종 불안에 떨게 하는 소말리아 해적 같은 이들 말이다. 내전으로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해적이 된 이들은 ‘안 되면 되게 하는’ 목숨 건 혁신 정신과 팀워크로 벤처사업가처럼 투자금을 모으고, 전 세계에 정보원을 운영하며 협상 전문가를 키우는 등 고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국제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지하 세계의 혁신가들도 주류시장의 리더들 못잖게 독창적인 활약을 보여왔다는 주장을 증명해주는 존재다. 

책의 저자 알렉사 클레이와 키라 마야 필립스는 런던의 한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중 이 시대의 다양한 또라이들이 제각기 어떤 방식으로 성공을 빚어내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프로젝트에 착수한 뒤 2년간 이들은 5000개 이상의 사례를 모았고,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 및 단체 30개를 골라 분석에 나섰다. 해적부터 전직 갱 두목,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는 아미시 교도, 벤처기업 CEO, 급진 페미니스트 단체의 운동가들까지 많고 많은 ‘또라이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그 결과 이들은 혁신을 이룬 ‘또라이들’에게 ①개선 가능성에 주목해 기존 시스템에 도전한다(도발) ②안 되는 일도 되게 하기 위해 무모할 정도로 밀어붙인다(허슬) ③주어진 환경을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바꾼다(해킹) ④남의 아이디어가 더 좋아 보이면 과감히 훔쳐 제 것으로 만든다(복제) ⑤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자기편으로 삼는다(방향전환) 등 5가지 일정한 행동양식이 나타난다는 점을 분석해냈다.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으로 본 또라이(Misfit) 

이렇게 탄생한 첫 저작 <또라이들의 시대>가 히트를 치며 단숨에 세계적 연사로 거듭난 미국 작가 알렉사 클레이가 한국 독자들을 만나 강연을 들려주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지난 10월 1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17회 세계지식포럼 오픈 세션에서 ‘경제 발전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도발적 명제로 이야기를 풀어간 그와 세션에 앞서 인터뷰를 가졌다.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원제의 ‘미스핏(misfit·부적응자)’을 비속어 ‘또라이’로 번역한 한국어 버전 제목이 마음에 드냐고 묻자 클레이는 “미스핏들은 종종 아주 극단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어떤 면에선 아주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핵심은 이들을 영웅처럼 대하자는 게 아니에요. 법망에서 벗어나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또라이들을 옹호할 생각은 결코 없습니다. 다만 그간 아무도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이들의 행동 패턴을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이라는 필터로 새롭게 바라보자는 것이죠. 예컨대 지하경제의 사업가들은 때론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에 뒤지지 않는 혁신을 이뤄내곤 하지만 누구도 이를 분석해볼 의지가 없었던 겁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방식으로 성공을 일궜는지 관찰하고, 여기서 주류 사회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에는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처럼 기존 시스템 안에서 혁신을 이뤄낸 이들도 등장하지만 사회의 규범과 법·제도 밖에서 존재하는 범죄자들의 사례도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또라이도 보수적 부류와 진보적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 그렇다”며 “정상적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속한 조직 내의 혁신을 가져오는 ‘인사이더 미스핏’부터 지하 세계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들, 아미시 교도나 히피처럼 주류 사회에서 벗어나려 하는 부류, 시위나 사회운동을 통해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켜 나가려는 부류까지 무척 다양한 형태의 또라이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출소 후 사회운동 뛰어든 갱단 두목 인상 깊어 

직접 만나본 수많은 미스핏들 중 가장 인상에 깊게 박힌 이는 누구였을까. 클레이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두 명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미국의 폭력조직 ‘라틴킹스’ 뉴욕 지부의 두목이었던 안토니오 페르난데스가 생각나네요. 그와의 만남은 너무나 신선했죠. 페르난데스는 내가 ‘갱’이란 단어를 쓰는 것도 반대했어요. 비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말이에요. 배신한 조직원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수감됐던 그는 감옥에 있으면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거대기업으로 거듭난 갱단의 경영 노하우와 인력을 활용해 갱을 일종의 사회단체로 만들고 젊은 세대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게 바꾸고 싶다는 목표였어요. 그는 출소 후 젊은 갱 멤버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고 빈민들을 위해 무료급식에 나서는 등 사회운동에 적극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류 사회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세계 각지 갱단들과의 글로벌 협력과 리더십의 구축에도 힘썼고요.” 

이외에도 클레이는 문명의 혜택을 거부한 채 수백 년 전 삶의 방식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아미시 교도들과의 만남이 특별했다고 했다. 책에는 샘 호스테틀러라는 이름의 한 아미시 농부가 미국 시장에서 금지됐던 낙타유(乳)를 상용화하기 위해 이뤄낸 작지만 알찬 혁신의 과정이 등장한다. 그는 샘 호스테틀러의 경우 아미시 교도라는 사회의 미스핏 집단 중에서도 유독 새로운 혁신을 추구한 미스 핏 안의 미스핏, 즉 ‘더블 미스핏’이라고 정의했다. 

클레이가 사회의 또라이들에 유독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그의 범상치 않은 성장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인류학자였던 부모님 밑에서 어릴 적부터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들을 보고 들으며 자랐어요. 저희 아빠는 브라질의 아마존 일대에 있는 사람들과 일했고, 엄마는 UFO로부터 납치당할 뻔한 경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구하셨죠.(웃음) 스스로 미스핏의 경향을 지니셨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전 세상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차이들에 대해 늘 관심이 많았답니다.” 

미스핏들 중에는 사회 법망 밖에서 생존하기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한 이들이 많다. 소말리아 해적이나 뉴욕의 갱단, 인터넷 세계를 조종하는 해커 등이 그 예다. 이들을 굳이 끄집어내 주류 사회로 편입시켜야 할 이유가 있을까. 

“글쎄요. 적어도 이들에게 주류 사회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스핏들 중에는 대단히 훌륭한 지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아요. 사회로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손해죠. 특히 이들 중 적잖은 수가 범죄자의 길을 밟게 되는 현실에서 말입니다. 요즘 IS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번성하는 것도 똑똑하고 열의가 넘치지만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젊은이들이 다수 가담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최근 뉴욕에서 책에 등장하는 미스핏들 중 일부와 젊은 스타트업 관계자 백여 명을 한데 초청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 “전직 밀수업자, 갱 리더, 지하 세계 사기꾼들과 주류 사회의 젊은 사업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줬죠” 클레이가 책에서 소개한 ‘디파이 벤처’라는 스타트업은 재소자들이 출소 후 기존의 능력을 살려 재취업 혹은 창업에 성공하도록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에게 창조적 면모가 있나요?” 

개인보다 공동체를, 튀는 것보다 질서에 순응하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의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미스핏들의 활약이 서구 사회만큼 뛰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물론 가능합니다. 외려 전 실리콘밸리 같은 주류 경제 무대가 오늘날 지나치게 특정한 한 기업가를 영웅시하는 사고방식에 젖어있다는 게 문제라고 봐요. 제가 인터뷰한 미스핏들 중 상당수는 보다 공동체적인 사람들이었어요.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운동가 연합인 ‘라 바르드’가 대표적이죠. 이들은 리더십을 공유하며 기존 체제의 전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 나갑니다. 미국의 갱단에서도 연대는 무척 중요한 가치이고요. ‘또라이스러움’은 반드시 개인주의적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21세기 가장 도발적이며 전복적인 인물로 꼽히는 북한의 김정은 역시 미스핏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지 묻자 그는 “김정은에게 창조적인 면모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요한 건 그가 전통적인 폭군 리더십의 소유자인지, 아니면 일종의 창조성, 기업가정신을 보유하고 있는지의 문제겠죠. 우리가 대상 케이스 후보로 연구했던 멕시코의 한 마약카르텔의 경우 알고 보니 구식의 위계질서로 이뤄졌을 뿐 창조적 활동이 없었던 집단이라 책 내용에서 빼야했어요.” 

그는 자신의 책이 오늘날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로 다가가길 원했을까. “요즘 경제가 힘들어지면서 젊은이들에게 취업이 참 어려워졌잖아요. 이들이 범죄자가 돼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또라이 기질’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60% 이상의 학생들이 기술 발달로 사라질 직업을 좇고 있지만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어요. 다양성, 독창성, 혁신성 등을 품은 비주류 경제권(Misfit Economy)에서 세상을 바꿀 힘도 나오는 거죠. 이 책을 얼마나 많은 부모님들이 사서 그들의 자녀에게 권했을지가 제 주요 관심사입니다.” 

알렉사 클레이 1984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알렉사 클레이는 인류학자였던 부모님과 함께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유년을 보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개발학으로 학사 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싱크탱크 연구원과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그는 2015년 출간한 <또라이들의 시대>로 세계적 연사로 거듭났다. 

[오신혜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4호 (2016년 1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글 스트로브 탤벗 브루킹스연구소장 | 백악관 주인 바뀌면 대외정책 큰 변화 예상…“힐러리-트럼프 모두 TPP 반대 대선 후 한미 통상마찰 커질 듯”
다음글 트럼프 참모 체니·퓰너 등 세계지식포럼 대거 참석